인간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인간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리고 인간 자신은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가? 전 지구화 시대에 전염은 자아와 비-자아, 그리고 자신과 타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교통과 운송수단의 발전으로 우리의 사회적 관계망은 놀랍도록 넓어졌으며, 동시에 전지구적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관계망은 매우 촘촘해졌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은 이제 시공간을 쉽게 드나들며 전지구화 시대 우리 삶의 모습과 위험에 대해 새로운 질문과 도전을 가져다준다. 이번 호의 특집은 이러한 전지구적 네트워크 시대에 전염이 우리의 존재론을, 우리 삶과 사회 변화의 동역학을 제공해주는 새롭고 위험한 개념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번 호의 특집은 지구화 시대의 새로운 존재론, 전염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성찰을 담고 있다. 맹정현의 글은 전염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과 집단적 무의식의 형성에 있어서의 유사성을 지적한다. 전염이라는 것이 우리의 존재 깊숙한 곳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우리의 욕망과 정체성을 구성해왔다는 것이다. 최영송은 19세기 군중과 혁명의 전염에 대한 두려움의 시기, 그리고 “보편적인 전염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 전지구화 시대를 논한다. 그에 의하면 전염은 지구화 시대 우리시대의 존재론이며, 새로운 시대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혁명의 전염론”이 을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은경은 접촉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전염’의 개념이 어떻게 14세기 말 유럽을 거치며 감염이라는 공포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의학지식과 통제, 격리를 불러일으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염은 의학적이기도 하지만, 이의 효과와 대응은 철저히 사회적이었다. 사회문화적 열병에 대한 김신식의 관람평은 우리 대안 문화, “서브 컬쳐”의 원동력과 힘을 전염이라는 개념틀을 통해 바라본다. 정하웅의 이미지는 다시 한 번 묻는다. 컴퓨터가 네크워크 상의 움직임을 통해 전염병의 원인과 전파를, 그 동역학을 파악하듯 이제 우리 사회의 동역학 역시 사회적 관계망의 동역학에 의해 파악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운성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 대한 리뷰는 “논리적 비장소”에서 펼쳐지는 생존 투쟁의 모습과 “보이지 않는 사막”에서의 구원의 의미를 되묻는다. 구원-회복-복원-쇠족의 연쇄를 아직도 믿고 있는지? 김숙현의 리뷰는 몸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성적 정체성 투쟁과 젠더의 문제를 제기한다. 어떻게 사랑과 유혹, 다양한 아름다움과 무한한 욕망이 몸이란 존재에 어떻게 다층적으로 쌓여가고 있는가? 이영욱의 <어제의 행성>은 기억의 아카이브가 역사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고찰한다.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공동체 없는 시대에 기억의 아카이브 이외에 무엇을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겠는가?

김수환, 윤인로의 연재가 이번 호부터 새로 시작된다. 인문예술계에 또 다른 심도깊은 질문들을 던져줄 이들의 글들이 기대된다.

서문

특집 : 전염
역병과 무의식 _ 맹정현
전염, 모방, 차이, 반복- 들뢰즈의 테트라코드 _ 최영송
역사적으로 본 전염, 세균, 메르스 _ 최은경
사회문화사적 열병-<서브 컬처 : 성난 젊음> 전을 보고 와서 _ 김신식
데이터 과학에서 본 전염 _ 정하웅

리뷰
사막은 보이지 않는다: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_ 유운성
이자벨라 로셀리니의 영상들
-<그린 포르노(Green Porno)>, <나를 유혹해봐(Seduce me)>, <마마스(Mamas)> _ 김숙현
어제의 행성 _ 이영욱

연재
혁명과 연극(1) : 메이에르홀드와 브레히트 ‘사이’ _ 김수환
메르스, 계염령, 면역체 : 여기의 신정정치(1) _ 윤인로
사회를 보호하지 말아야 한다(2) : 노동Ⅰ _ 김항

F_18호_표지